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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and Perspective

 

2022. Feb 17 - Mar 13

사람과 세계의 접촉은 '감각'에서 시작된다. '감각'은 신체의 내외부에서 나온 자극에 의해 생기는 의식의 체험을 말하는데, 우리는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한다. '시선'은 눈의 시각이 향하는 방향을 뜻하며 비유적으로 주의 또는 관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맥화랑은 이번 <감각과 시선> 전을 통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80-90년대생 여성 작가 6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려 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고 자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감각'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한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시선' 끝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여섯 작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속에서 그들이 각자 경험하고 선보이는 삶을 따라가보자.

 

김민송작가는 기억 속 한 장면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한다. 작업의 출발점은 여행지에서의 기억인데,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과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식물들은 인간이 우주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죽음의 땅 위에서도 군락을 이뤄 살아가는 생명들에게서 우리의 삶을 보게 된다. 작가는 현실인듯 꿈인듯 환상과 일상이 교묘히 교차된 장면을 통해 낯익음과 낯섦 속에서 삶에 대한 자각을 하는 것,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경험한 세계를 더 경이롭게 해주는 것을 예술의 큰 힘이라 말한다.

 

노은희작가는 한지에 먹을 사용하여 한국화의 전통적인 기법과 금박, 자개 등을 이용해 빛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칠흑같은 밤을 연상시키는 검은 배경 위로 등장하는 달과 달항아리, 별과 꽃, 대나무는 빛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이러한 빛은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아내게 만드는 하나의 희망이자 그 희망에 대한 은유이다. 예로부터 복을 담는다는 의미를 지닌 달항아리와 이를 채우는 빛은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낸다. 작디 작은 빛들은 어두운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희망의 빛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박성옥작가는 누구나 마음 속에 다 크지 않은 소년, 소녀가 있다고 믿는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달달한 것과 아름다운 것에 심취하는 소녀가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데 이 또한 작가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자아다. 작가는 종이 위에 얇은 연필로 사각사각 그려내는 작업 과정을 수행이라 말한다. 이미지의 완성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몰두하는 과정을 통한 수행의 결과가 곧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다. 숨김없는 자아가 그대로인 상태, 가장 편안한 상태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 나른하지만 고집스런 눈을 가진 그림 속 소녀와 함께 궁극의 자아를 찾아 수행하려 한다.

 

송남규작가는 회색빛 도시에서 푸른 자연이 전하는 희망을 한국화 전통 재료로 그려낸다. 한지 위에 먹과 전통 재료만을 사용하여 절제되고 담담한 먹선을 세필로 한필 한필 긋다보면 우리 삶의 모습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이전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달동네의 풍경을 우리들의 삶 속 이야기에 빗대어 표현했다면, 지금은 일상적인 도시 풍경 속 자연의 사계를 인생의 사계에 빗대어 보여준다. 길에 핀 꽃, 바람, 나무, 하늘 등 잠시 멈춰 돌아보면 느낄 수 있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담담하고 희망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이수영작가는 화려한 도시풍경 이면에 삶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쉽게 지나치거나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려한다. 한지 위에 안료를 쌓으며 사람과 장면들을 마주하다보면 작가 스스로도 그들로부터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목욕탕 풍경은 작가의 기억 속 유년의 풍경에서 시작된다. 몸과 마음을 벌거벗은 채 목욕의, 목욕에 의한, 목욕을 위한 공간에 입장하면 저마다 공평하고 특별한 여유를 누린다. 많은 것이 쉽게 사라지고 변하는 지금, 목욕탕 속 소란스럽고 정겨운 풍경은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한 장면이다. 

 

하리작가의 작업은 크게 풍경과 사람으로 나누어지지만 결국 '소통'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작가는 '관계'라는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공간적 차원에서 이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정적만이 존재할 듯한 검정 바탕 위에 홀로 스마트폰의 화면만을 주시하거나 통화하고 있는 모습 등의 인물 작업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심 풍경 속 주변의 사람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듯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갈 길에 집중하고 있는 인물들만 등장하는 풍경 작업이 있다. '외로움'이라는 개인의 감정과 '소통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섯 명의 여성 작가는 '나'와 '주변'에 시선을 둔다. 내가 경험한 과거의 기억과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각자의 작업을 완성시킨다. 작품을 통해 스스로 위안을 받고 동시에 작품으로 주변을 위로한다. 각자의 고민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으로의 시선이 확장되는 이야기들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또한 이번 맥화랑 기획전 <감각과 시선>을 통해 각자가 감각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삶에 대한 시선을 넓혀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김정원 (맥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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