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and Fire Alike: Jeong-A Bang Solo Exhibition
맥화랑초대 방정아 개인전 《물불 안 가리는 사람》
Jeong-A Bang Solo Exhibition 《Water and Fire Alike》
2025. 09. 20 (Sat) - 11. 01(Sat)
작가와의 만남 Artist Talk 09. 20 (Sat) 15:00
‘물도 좋고, 불도 좋다.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는 말인가.’
방정아 작가의 개인전《물불 안가리는 사람》의 작가노트 첫 줄에 놓인 이 문장은, 서로 다른 성질이 충돌하고 섞이는 지점에서 오늘의 삶을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포용을 넘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향한 비판적 질문이다.
국가 간 권력 관계, 불합리한 사회 구조, 여성의 권리와 인권,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 핵 발전과 같은 첨예한 의제들은 개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며,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으로 다가온다. 무엇 하나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물불 안가리는 사람》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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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화면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묘하게 맞닿은 이미지들이 자리한다. 버스 창밖의 표범과 호피무늬 가방을 끌어안은 여자, 발끝을 파고드는 닥터피쉬와 무표정한 얼굴, 복숭아와 쪽파가 담긴 바구니처럼, 어긋나 보이는 사물과 존재들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며 낯설게 마주한다. 작가는 ‘물과 불’처럼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사물과 상황을 함께 붙잡고, 그것을 끝내 살아내는 인간의 태도에 주목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 드러난 균열과 이질적인 것들의 포용은 일상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긴장을 드러낸다. 이는 곧 우리 일상 속에 겹겹이 얽힌 모순―삶과 죽음, 권력과 약자, 자연과 인간―을 비추는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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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 회화와 더불어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목화솜 이불 속통을 펼쳐 제작한 대형 솜 작업, 전통 한복 천 위에 채색된 작품들은 사적 기억과 물질의 층위를 새로운 표면으로 변형한다. 이는 방정아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리얼리즘적 시선과 사회적 비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규격화된 사각 프레임을 넘어서는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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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가리는 사람》은 결국, 선택을 강요받는 세계 속에서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우리의 처지를 드러낸다. 물과 불, 대립과 모순을 가리지 않고 껴안는 행위는 불편한 공존의 현장을 드러내며, 예술은 그 산만하고도 파편적인 현실을 관통하는 질문이 된다. 방정아 작가의 작업은 관람객에게 흩어진 조각들을 스스로 꿰어내고, 삶과 사회를 다시 성찰하도록 이끈다.
Jeong-A Bang (b.1968-) is a leading Korean realist painter who incisively captures the structural contradictions of contemporary society and the precarious realities individuals face. Her bold use of color and satirical expression transforms everyday scenes into unfamiliar images, prompting viewers to reflect within their social context. Bang’s works embody a unique realism where humor and critique intersect, extending beyond personal experience to deliver a contemporary message that inspires social solidarity and critical reflection.